2008 도쿄 여행기 Day6 -아사쿠사, 우에노- (9/1/2008) 여행 이야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아침은 찾아오고 말았다.
귀국하는 날인만큼 늑장 피우지 않고 일찌감치 짐을 정리해 호텔을 나왔다.
프론트에 키를 반납하고 밖으로 나오자, 날씨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무더웠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왠지 이 더위도 한풀 꺾여버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여름이 지나가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마지막 날의 전형적인 케이스인 아사쿠사-우에노의 일정을 잡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우에노로 향해 오후에 나리타행 열차를 탈 케이세이 우에노 역의 코인로커에 캐리어를 집어넣었다. 형이나 나나 짐들이 만만치 않았는데, 다행히 800엔짜리 로커에 가방 두개를 다 넣을 수 있었다.
짐을 처분한 우리는 미리 나리타행 열차표를 구입한 뒤, 다시 우에노 역으로 돌아와 긴자선을 타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아사쿠사는 전에도 두번 왔던 곳이지만, 나에게도 2005년 이후 3년 만에 들르게 되는 곳이라 나름 새로운 기분이었다.
카미나리몬-나카미세토리-센소지를 지나가는 뭐 뻔한 코스이긴 하지만 사쿠라대전 생각도 나고 올때마다 묘한 흥취를느끼고 싶은 곳이라고 해야하나.


활동사진에서 칸나가 끌고 다니던 인력거

이 카미나리몬부터 시작.

마츠시타가 사명을 파나소닉으로 변경했다고 해서 이것도 바꿨나 했는데 그대로였다.

나카미세 토리

여러가지 가게들이 줄지어

장난감 가게들을 보니 어렸을때 생각이 났다.

나카미세 토리를 지나 센소지로

코부레마치

밤이 되면 연등을 한다고 하던데 늘 낮에만 와서 볼 수가 없다.

오중탑의 모습

왠 짚신이..

여기저기 향을 피워놓고 있다.

센소지 본당

입구 쪽을 바라보고

본당 안의 모습은



 센소지까지 둘러보는데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사쿠사에 도착한게 9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다.
바로 우에노로 가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우리는 괜히 주위를 배회하다가 하나야시키 유원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밖에서만 볼 거긴 하지만.

 3년만에 찾아온 하나야시키 유원지는 변함없이 비싸고(시설대비), 재미없어 보였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유원지를 지나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았지만 딱히 볼거리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너무 지난 기억에만 의존했는지 가는 길이 거기서 거기였고, 한 구역만 빙빙 돌고 있었다.
어떻게 한시간을 버텨봤지만 이러고 있어봐야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우리는 지나가던 길의 요시노야에서 끼니를 때우고 11시쯤 다시 아사쿠사 역으로 돌아왔다.


잠시 쉬던 중

나무아미타불

하나야시키 도리를 지나서

도쿄 한복판인데도 시골같은 분위기

하나야시키 유원지

밖에서 봐도 소박하다.

6구 브로드웨이로. 어째 가는 길이 3년 전이랑 똑같냐..

나름 이색적인 분위기지만..

80년대에나 볼 법한 분위기의 극장들이 몇군데 있었다.

우왕 재밌겠다

연기의 신이라니.

히사고도리에서.

거리 안은 한산..

더워서 그런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별 소득없이 왔던 길을 돌아서.

사람이 있든 없든 놀이기구는 돌아간다.

다시 카미나리몬으로 돌아와서



 아사쿠사에서 다시 전철을 탄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우에노로 향했다.
아사쿠사에서 우에노는 정말 가까워서, 딱 5분이면 충분했다.
역에서 나온 우리는 먼저 아메야요코초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한산했던 아사쿠사와는 달리, 마침 시간도 점심 무렵이라 아메야요코초는 시장답게 북적북적대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옆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공항 가기 전까지 시간이나 죽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유혹을 이겨내고 시장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메야요코초는 우리의 미학ㅡ오타쿠의 기준으로ㅡ과는 거리가 먼 장소였던 만큼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분위기 자체는 좋았다. 
길을 죽 가로질러 오카치마치 역이 보일때 쯤 다시 돌아서 우에노 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길을 건너 우에노 공원으로 향했다.


아메야요코초 입구

한번 가볼까

간판이 멋졌던 게임센터

저 노란 옷의 외국인 남녀와는 계속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저 앞에 또..-_-

무슨 미술관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응원한다는 문구가

시간은 정오를 향해가고 있다.

다시 우에노 역 쪽으로

뭔가 정겨운 간판들

사진이 왜이리 기울었지

요도바시 카메라



 초가을의 우에노 공원은 지난 3월에 꽃구경하러 왔을때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공원 안은 노숙자들로 가득했고, 먹이를 노리는 까마귀들의 눈빛을 이곳저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시기에 그럴싸한 볼거리가 없을 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볼품없는 공원의 모습에 의욕마저 사라져 가고 있었다.
 
 대충 사이고 타카모리 동상에서 사진 한장 찍고, 시노바즈 연못을 한 바퀴 돌고..
공원 안을 걷고는 있었지만 이건 뭔가 볼 게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저 의무감에 지도를 채우듯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0분 남짓 우에노 공원을 방황하다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대로 공항으로 향하기 전에 최종 목적지로 도쿄 대학을 찍고 가기로 한 것.

 도쿄 대학은 전부터 일정에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막판에 탈락시킨 곳이었다.
그래서 별달리 지도도 챙기지 않았고, 어떻게 가야하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시간도 그다지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이대로 맥빠지게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헛걸음해도 좋으니 우리는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쓸데없이 비장한)


우에노 공원

계단을 걸어올라가던 까마귀

이 정도로 볼게 없을 줄은 몰랐다.

별 의미없는 사진들



 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우에노 공원에서 찍은 근처의 안내도를 의지하여 우리는 도쿄 대학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시에는 공항으로 출발한다 친다면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한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지도를 보며 죽 따라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멀다는 기분을 뿌리칠 수 없었지만 땀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걸어간 끝에 우리는 1시 무렵 도쿄대학의 아카몬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일본에서 제일 공부를 잘한다는 애들이 모여 있는 곳 치고는 왠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토다이도 별거 없구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단지 내가 공부를 못 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야


 학교 안을 몇군데 기웃거리다가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자는 형의 의견에 우리는 지하에 있는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학교의 분위기 자체가 왠지 으리으리할것 같은 명성과는 달리 수수한 느낌이었는데, 학생식당 역시 어느 대학에 가도 있을 법한 평범한 구내식당이었다.
그냥 무난하게 정식류를 먹을까 하다가 아카몬 라멘 이라는 메뉴를 발견한 나는 새빨간 양념이 진하게 뿌려진 듯한 샘플사진의 강렬한 포스에 압도되어 '모처럼이니 이 빨간 라면을 고르겠어!' 라며 식권을 뽑아왔지만..

 ..살다살다 이렇게 맛없는 라면은 처음 먹어본다-.-

 나는 돈내고 먹는 음식은 남기지 않는다는 주의라서 아무리 맛없는 요리라도 엥간하면 다 먹는 편인데 이 아카몬 라멘은 도저히 감당해낼 수가 없어서, 결국 반 정도 먹고 짬통에 처박고 말았다.


아카몬 앞에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의 학교 건물들

야스다 강당

언젠가 내 인생 최악의 음식 10가지를 꼽게 된다면 TOP 3 입성은 확실



 식당을 나온 우리는 매점에 들러 기념품 몇가지를 사들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아, 그리고 도쿄대를 나설 무렵에야 우리가 엄청난 삽질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시노바즈 연못에서 단 10분이면 이케노하타몬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을 우리는 30분 동안 먼길을 빙빙 돌아 아카몬을 통해 들어온 것이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이해가 더욱 빠를 것이다.

참 슬프죠



 이제 와서 후회를 해봤자 지금까지 흘린 땀을 보상해 주진 않는다.
우리는 뒷골목같은 이케노하타몬보다는 도쿄 대학의 상징인 아카몬을 통해 들어간 것이 더 의미가 있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다시 우에노 역에 도착한 시간은 2시 30분.
계획했던 시간을 상당히 오버하긴 했지만 공항까지 가는데에는 무리는 없었다.


 공항에서야 뭐 늘 정해진 수순대로ㅡ
출국심사를 앞두고는, 우리가 들고왔던 면세품이 화장품(액체)이라는 사실을 깜박하고 그냥 들고 들어가려다가 검색에 걸리는 등의 해프닝이 있긴 했다.
아아 이것은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 풀지 말라는 A의 선물..

 여행시즌이 끝나갈 시기인지, 공항 안은 귀국하는 관광객들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여름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 지나가고, 내일부터 다시 숨막히는 현실로 복귀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한국에 도착하자 분위기 맞춰주려는 건지 장대비가 우리를 반긴다.
아, 비라면 일본에서도 질릴 정도로 맞았으니 좀 자제염..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은 것도 같지만, 왠지 했던 말 또 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언젠가 다음 이시간에 또..^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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