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도쿄 안습 스토리 Day3 -요코스카- (12/24/2007) 여행 이야기

 아침에 살짝 눈을 뜨니 간밤에 누구한테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며 다리며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몇시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몸은 아프고 잠도 못자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한참을 그렇게 꿈틀대고 있다가 10시나 되어서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의무감으로 어기적어기적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왜 내가 일본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회의감이 들었지만 과거 여행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난 언제나 이랬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요코스카(横須賀) 였다.



 요코스카까지 가는 길은 조금 복잡했다.
신오쿠보를 출발해 시부야(渋谷) 에서 토큐토요코(東急東横線) 선으로 갈아타 요코하마(横浜) 에서 하차한 뒤 JR 요코스카선으로 환승해야 하는데, 요코하마에서는 요코스카까지 가는 열차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즈시(逗子) 라는 역에서 내려서 다시 요코스카행 열차를 타야 한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가 아닌지라 할인패스같은 건 물론 없었고, 이리저리 갈아타다 보면 가는데만 거의 두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사전에 몇번이고 열차정보를 확인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지만 역시나 도중에 한번 오오후나(大船) 에서 잘못 내리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요코스카로 향했다.


요코하마에서 JR요코스카선으로 갈아타면서

잘못 내렸던 오오후나



 요코스카역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았고, 내부도 한산한 편이었다.
역 안에서는 이곳이 원조라고 하는 '해군 카레' 등의 광고도 볼 수 있었다.
역을 나서자마자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고, 세일러복을 입은 생도(?) 들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요코스카에 오긴 왔는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하겠습니까?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요코스카는 (해외의) 관광객들이 찾아가기에 그리 적합해 보이진 않았다.
도쿄에서의 이동도 불편한데다 막상 이곳까지 와도 딱히 시간을 보낼 만한 곳도 없고..
예전에는 X-JAPAN의 히데를 기념하는 박물관인가가 있었다고 해서 요코스카 관련 여행기들이 몇편 보이기도 했지만, 박물관이 폐관된 지금은 그런 걸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럼 나는 도대체 뭣땜에 하루를 소비해가며 여기까지 왔는가 하면..

 ..이게 다 셴무 때문이다.

게임이 여럿 잡는다

 
 요코스카역을 나서자 바로 베르니 공원이 보였다.
미군기지가 있는 요코스카 답게 건너편에는 군함이며 잠수함들이 정박해 있었고,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단정하고 조용한 공원 분위기와 바다풍경이 어우러지는게 무척 맘에 들었다.
아침에 기숙사를 나설 때만 해도 내가 여길(요코스카) 와야되나 말아야되나 한참을 고심했었는데, 역시 뭐든지 일단 실행하고 볼 일이다.
공원 규모는 무척 아담했고, 난간을 따라 공원을 죽 한바퀴 둘러보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타트는 기분 좋게 끊었고, 다음 목적지는 도부이타 거리(どぶ板通り) 였다.



요코스카 역

베르니 공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군함이 눈에 들어온다

작지만 깔끔한 분위기의 베르니 공원

잠수함의 모습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날아다니던 까마귀

한겨울의 분수 앞에서

떠나면서 한장



 도부이타 거리!
바로 셴무 1장 에서 주인공 하즈키 료의 주 활동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료는 이 거리에서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란테이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찾아간다.
게임 속에서의 묘사가 워낙에 생동감이 넘쳤기 때문에 실제로 이곳을 찾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기대되고 있었다.
지도 상에서는 베르니 공원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그냥 큰 길로 쭉 갔더니 왠지 가면 갈수록 목적지와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단 조금만 더 가보자.. 하면서 한참을 갔지만 아무래도 이쪽은 아닌 듯 싶어서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육교를 건너 시오이리(汐入) 역이라는 곳을 지나자 그제서야 도부이타 거리로 들어설 수 있었다.

 실제 셴무 속에서 료가 거닐던 거리 그대로를 떠올렸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도부이타 거리는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뭔가 뒷골목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이건 너무 무난하달까.
바이크 샵이라던가 스카쟌들이 죽 진열되어 있는 옷가게라던가 이런 건 안보이고, 그냥 평범한 상점가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문을 닫은 가게들도 태반.

 내가 너무 기대를 했나 싶으면서도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좀더 그럴듯한 가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평일 낮시간이라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탓에 여전히 썰렁해 보이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긴 했다.조금 어둑어둑해질 무렵 찾아오는 편이 더 좋았을까.
점심 때가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러 먹을 걸 사서 도부이타 거리를 빠져나왔다.
게임 속 실제 현장을 체험했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지만, 발도장이라도 찍었으니 뭐..


썰렁한 첫인상에 살짝 실망했던 도부이타 거리.

가로등마다 깃발?이 걸려 있었다.

문을 닫은 상점들이 대부분

여기도

저기도

미국으로 떠났던 톰은 파트너 잭을 만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돌아왔다.

이제야 좀 그럴싸한 상점가가 나타나기 시작

여전히 사람은 적었다.

밀리터리 의상점

도부이타 거리는 역시 스카잔~

게임속 분위기는 느끼기 힘들었다.(당연한지도)

난데없는 철인28호

점심 사러 들렀던 편의점. 아쉽게도 토마토마트가 아니었다.

자판기 앞에서 중국인이 쩔쩔매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부이타 거리를 나온 나는 이어서 미카사(三笠) 공원을 찾아갔다.
미카사 공원이라. 미카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닌가?
지도상에서 보는 것과는 다를게 왠지 빙 돌아가서야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 앞의 벤치에 앉아 아까 편의점에서 사온 두유와 샌드위치를 까먹고 잠시 쉬다가 공원 안으로 입장했다.

 공원이라더니만 안에는 왠 군함이 한척 놓여 있었는데, 이것은 저 유명한 러일전쟁의 영웅 토고 헤이하치로가 탑승했던 전함 미카사를 기념관으로서 보존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기념관이 아니라 기념함(艦)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공원 안의 다른 곳은 별로 볼만한 게 없어보였기 때문에 나는 입장권(500엔) 을 끊고 미카사 위로 올라갔다.

 배 안에는 당시의 함내 시설들이 보존되어 있었고, 그 밖에 러일전쟁의 영상자료들이라던가 디오라마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사실 그런 것들 보다는 내가 포병을 나와서 그런가 함내 이곳저곳에 탑재되어 있던 거대한 함포들에 눈길이 갔다.


미카사 공원 가는 길.

겨울이라 추워보였다.

길을 따라 쭉 물이 흐르고 있다.

저 샌드위치는 별로 맛이 없었다.

미카사 공원 입구 앞에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토고 헤이하치로 동상. 그리고 그 뒤로는..

공중전함 미카사였다면 좋았겠지만

주포에 쓰이는 포탄이라고 한다.

기념함 미카사

페인트는 새로 칠한 모양

갑판 끄트머리에는 욱일기가 걸려 있었다.

미카사 주위에 정박중이던 제트유람선

미카사의 주포 앞에서.

배 한쪽은 땅 한쪽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섬은 사루지마(猿島) 라는 곳인데 여행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기도 그렇고 해서 제외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함포들이 줄지어

포신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해군이 사용했던 기뢰



주포의 구경은 30cm라고..

미카사의 뱃머리는 코쿄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무거워 보인다.

뱃머리에서 바라본 모습. 햇빛이..

미카사 내부에서.

토고 헤이하치로를 간략하게 소개..

계급별로 착용한 제복인듯.

「미카사」건조 당시의 설계도.

히로이 오지는 여기서 그 미카사를 생각해 낸건가

전설의 전함 야마토의 1/144 스케일 모형.

상식을 뛰어넘는 초대형 전함이었지만 그 말로는 비참..

함포 사격 장면을 재현한 듯한.. 마네킹 표정이 웃겨서 진지하게 볼 수 없었다.

밖에서 봤을때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는데 의외로 넓었다.

60cm 탐조등

나침반인듯.

마스트에 올라가서

반대쪽

올려다 보며

내려와서 한장



 미카사 안에도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밖을 내다보자 왠 버스가 한대 오더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줄줄이 내려서 배 안으로 입장하려 하고 있었다.
뭐하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끄러운 건 질색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다른 곳을 가볼까 하고 배를 내려왔다.

 별거 없을 줄 알고 그냥 나가려다가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았는데 공원 안에는 미카사 말고도 나름 볼거리들이 있었다.
특히 공원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벽천(壁泉) 이라는 인공폭포가 압권이었다. 사방에서 물이 튀고 햇빛이 반사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머리속이 멍해지는 기분;;
미카사 공원의 컨셉이 '물과 빛과 소리' 라는데, 이 벽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납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옷이 젖는 것도 모르고 한참을 서있다가 2시 30분 쯤 다시 돌아나와 공원을 빠져나왔다.


모뉴먼트 광장에서. 저 18m짜리 아치는 평화를 상징한다는데 뭔가 아이러니..

공원 곳곳에 물을 이용한 볼거리들이 놓여 있었다.

문제의 벽천

벽이란 벽에서 죄다 물이 쏟아져 나온다.

공원 한구석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계단을 올라와서 공원을 내려다보며 한장.

이제 미카사 공원과도 안녕.



 미카사 공원을 나와서 다음 목적지인 우미카제(うみかぜ) 공원으로 향했다.
아직 세시도 되지 않았지만 지리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 이상 다른 곳을 가보는 건 무리 같았기 때문에 우미카제 공원을 끝으로 요코스카 탐방을 마치기로 했다.

 이제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여행 전 요코스카의 관광정보를 좀 알아볼까 하는 마음에 요코스카 시 안내사이트라던가 도부이타 거리 가이드 등을 뒤져서 별별 자료들을 다 긁어모아가지고 왔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 건 거의 없었다.
지도조차 제대로 된 게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들어 가지고 왔다면 말 다했지..
여기까지 떠오르자 정말 용케도 이런 곳까지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만든 요코스카 지도.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여행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를..


 우미카제 공원은 꽤 멀어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가는 도중 종종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었는데, 이날 따라 파도가 장난이 아니라서 좀 바다 쪽을 내다보려고 하면 물보라가 튀어서 나를 습격했다;
어쩐지 낚시대만 있고 사람이 없더라..

 30분 정도 걸어간 끝에 드디어 우미카제 공원이 나타났다.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었지만 우미카제 공원은 정말 별게 없었다.
공원 한쪽에는 아파트 단지마다 하나씩 있을 것 같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그 옆에는 X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지금 근처 주민들 낚시하러 가는 길에 들러서 운동이나 하다 갈 만할 곳을 일부러 도쿄에서까지 찾아온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험가 정신을 잊어서는 안되지


그래도 일단 왔으니 나름 볼거리를 찾아 돌아다녀 봤지만 결국 20분도 머물지 못한채 나는 우미카제 공원을 뜨고 말았다.
요코스카에서 그 밖의 계획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돌아가기로 하고 나는 다시 요코스카 역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거리 곳곳에서 셴무와의 연관점을 찾아보며 '어 저거 게임에서 본것 같아!' 라는 뇌내망상에 몰두하고 있었다.


요코스카의 명물이라는 해군카레.

외계인의 습격.

우미카제 공원으로.

물결이 일렁일렁

물보라로 바닥이 다 젖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은근히 무섭다.

우미카제 공원 도착.

야 재밌겠다!

각종 나무나 식물들이 늘어선 화단은 멋있었지만.

썰렁~

돌아오는 길에. 풍향계인가.

셴무의 창고잠입 액션이 떠오르던 장소.

다시 베르니 공원으로.

어두워질때까지 기다려 볼까 했는데, 너무 춥고 힘이 들어서 그냥 역으로 향했다.


 
 요코스카 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어서였는데 이미 날이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해안가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날씨는 급속도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미 체력도 한계에 달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몸이 부들부들..

역시 겨울엔 콘수프가 최고.



 시부야에 6시 쯤 도착한 나는 그대로 이케부쿠로까지 가려다가 첫날 북오프 간다고 얼쩡대다가 허탕친게 생각이 나서 신오쿠보에 내려 가장 가까웠던 오쿠보 메이지도리(大久保明治通り) 점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그런대로 요요기점 보다는 아이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역시나 내가 찾는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라주쿠점만 건재했어도 이런 고생은 할 일이 없었을 텐데.

 아무 소득 없이 북오프를 나서며 투덜대던 나는 거리도 어중간한데다가 차비라도 아껴볼까 하는 마음에(20엔) 신오쿠보가 아닌 한정거장 앞의 타카다노바바(高田馬場) 역으로 향했다.
근데 이케부쿠로엔 왜 가냐고?

 알면서.

 다행히 타카다노바바까지는 몇번 걸어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헤메지 않고 한번에 찾아갈 수 있었다.
요코스카 뿐만 아니라 도쿄에 돌아와서도 날씨가 꽤 추운 편이었는데 1분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쉴새없이 다리를 놀렸더니 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전철을 타고 두정거장 뒤에 있는 이케부쿠로에 내린 나는 곧바로 세가 GIGO로 향했다.


타카다노바바 가는 도중.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태정낭만당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12월 24일은 레니의 생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낭만당은 다른 때보다 더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적당히 쇼핑을 마치고 카운터로 가니 어제처럼 사쿠라쿠지를 한뭉치 건네 주는데, 이거 필요없다고 하기도 그렇고;

 사쿠라 카페에서는 생일 기념인지 레니의 미니미니 라이브를 상영 중이었다.
3년 전 이맘 때에도 이곳에서 같은 영상을 봤었는데, 그때 생각도 나고 하면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요코스카에서 샌드위치 하나 먹은게 다였기 때문에 모처럼 카페에서 이것저것 시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오가미 추천 해군 라이스카레(大神推薦 海軍ライスカレイ. 945엔)

요코스카에서 못먹은 대신


사지타의 소울 푸드 바스켓(サジータのソウルフードバスケット. 630엔)

후라이드 치킨


코란 논알콜 칵테일(819엔)

멜론과 레몬이 들어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태정낭만당 홈페이지)

코란 코스터. 원래 플라스틱 버전을 달라고 했었는데 재고가 없다고 해서 코르크로 받았다.


 
 일단 보이는 대로 잔뜩 주문을 했는데, 의외로 양이 많아서 금방 배가 불렀다.
모처럼 포식을 한 나는 그대로 카페에 눌러앉아 또 시간을 뭉개기 시작했다.
마침 크리스마스를 맞아 태정낭만당과 사쿠라 카페에서는 '크리스마스 페어' 라는 행사를 개최 중이었다.
그 이벤트 중 하나로 22~25일의 나흘 동안 특별한정 메뉴로서 크리스마스 케잌을 판매 중이었는데, 이걸 주문하면 다른 이벤트에서는 하나씩 밖에 받을 수 없는 뉴욕화격단의 책갈피를 세트로 받을 수 있었다.
손을 흔들어 추가 주문을 요청하자 300개 한정으로 예정되어 있던 케잌은 아직 수량이 남았는지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깊어가는 데도 카페 안의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이미 케잌까지 다 먹은 뒤였지만, 나도 이 분위기를 좀 더 누리고 싶은 마음에 일어나지 않고 좀 더 안에 머물고 있었다.
결국 태정낭만당을 빠져 나온 건 두시간이 지난 10시가 넘어서였다.


이제 내년에 만나요.


 
 기숙사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는데, 또 뭘 그렇게 사댔는지 정리가 쉽지 않았다.
급기야 무리하게 가방속에 물건들을 때려넣다가 쟉크가 고장나는 상황이 발생;;;
어떻게든 대충 마무리를 지은 뒤, 자리를 깔고 누워있는데 한시 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김군이 맥주나 마시러 가자고 한다.
이미 잘 준비를 다 해둔 상태였지만 모처럼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김군이 자주 간다는 술집에 들러 맥주를 들이키며 우리는 이국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언제나와 똑같은 12월 25일일 뿐이지만, 올해는 적어도 외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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