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일본 여행기 Day6 -도쿄- (1/8/2006) 여행 이야기

 무심코 마셨던 츄하이 때문인지 귀축형이 줬던 잠깨는 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간밤의 잠자리는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지금껏 구입했던 것들을 전부 짐가방 안에 구겨넣고 민박을 나섰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공해도 신오쿠보에 있는 민박을 이용할 일은 두번 다시 없을 것이다.

 약속장소인 신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의 명물 스튜디오 알타 앞에서 귀축옹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 전에 오늘 타야 할 야간버스 승차장과 코인락커를 알아보러 갔다.


 신주쿠 역은 역시나 복잡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제는 좀처럼 신뢰할 수 없게 되어버린 여행사의 약도에는 '미츠바시 은행 앞' 이라고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이 동네에 한글로 된 간판이 달린 은행도 있나?

 곳곳에 있는 안내도를 보아 이 근방인것 같은데 미츠바시 은행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주차요원 아저씨를 붙들고 약도를 보여주며 미츠바시 은행을 묻자 '미츠바시?' 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현지인도 모르는 곳이라니! 한참 아저씨와 약도를 붙들고 전전긍긍하던 중 문득 앞을 바라보자 빨간색 간판에 흰 글씨로 '미츠비시(三菱) UFJ 은행' 이라 적혀 있는 건물이 보였다.

 미츠비시?

 미츠바시?

 .................

 미츠비시였구나!! 멍청이 같이!!

제기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을 떠올리면서 코인락커를 찾기 위해 신주쿠 역으로 돌아왔다. 나의 거대한 짐가방이 들어갈 특대형의 코인락커는 무려 800엔!! 사실은 위에 있던 600엔 코인락커에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CD며 DVD며 기타등등을 먹어대 무거워진 짐가방을 거기까지 들어올릴 힘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었다..

 짐들을 처리하고 나서 귀축형을 만나러 스튜디오 알타로 향했다. 함께 만나기로 한 귀축형의 친구분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형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약속시간을 애매하게 잡아놓았기 때문에 도로를 지나가는 보이스카웃 창설식? 같은 걸 보고 있으려니 이윽고 형이 합류했다.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하고 모 우동가게로 들어갔다. 번역기 센스의 한국어 메뉴에 감탄하면서 내가 주문했던 것은 나베우동. 1100엔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까지 부타동과 카레, 오로나민 C로 연명하던 터라 일본에 있는 동안 한번이라도 인간답게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먹을 날이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온 우리는 게임샵들에 잠깐 들렀다가,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세가 GIGO에 도착하자 친구분은 게임이나 해야겠다며 게임센터 쪽으로 갔고, 우리는 태정낭만당으로 올라갔다. 사쿠라 카페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으니 이제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닌데 기분이 묘했다. 역시 이런 곳은 누구랑 같이 와야..

 이미 점심은 먹었기 때문에 가볍게 음료로 하기로 했는데,


귀축형은
아이리스 라무네의 노래(399엔)
나는
코크리코 커피(630엔)
(사진출처 태정낭만당 홈페이지)

 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후 라무네와 커피가 나왔는데, 점원이 나에게 코크리코 커피를 처음 마시는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그럼 설명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아니, 무슨 커피 마시는데 설명까지 필요한거지? 하지만 자판기 커피밖에 안 마셔본 나로서는 잠자코 지켜보는 수 밖에.

 코크리코 커피는 잔 위에 원두가 든 여과기(?)를 올려놓고 그 위에 물을 붓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걸 처음 보는 나는 '와, 커피를 이렇게도 마시네~' 라며 감탄하고 있었다-_-
문제는 물을 붓던 점원이 커피를 엎질렀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뭐 와장창 엎지른 건 아니고 커피가 살짝 흘러 넘친 거였는데, 다시 내오겠다고까지 하는 점원을 '다이죠부데스~' 를 연발하며 만류했다.


태정낭만당에서



 사쿠라카페와 태정낭만당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아키하바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게임센터로 친구분을 만나러가니, 삼국지대전 하려고 30분을 기다렸다면서 한판은 해야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근처의 게이머즈에서 시간을 때우다 다시 합류해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이 무렵 귀축형은 피로가 극에 달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는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나 귀축형이나 아키하바라는 한번씩 들렀던 상태였지만 다시 이곳을 찾게 된 것은 귀축형이 한국에서 부탁받은 XBOX360 때문이었다. 이를 대비해 귀축형은 다른 짐들을 전부 배낭에 몰아넣었는데, 역시 무리였는지 배낭 지퍼가 고장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고쳤다..)

 XBOX360을 구입하며 일본에서의 모든 용무를 마친 귀축형이 귀국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헤어져 각자 갈 길을 갔다. 형은 공항으로, 나는 다시 이케부쿠로로 돌아가 또 태정낭만당으로 향했다.. 

 저녁이 되자 사쿠라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번에도 9시가 넘어버려서 음료만 시켜야 했는데, 낮에 코크리코 커피를 마시면서 사쿠라카페의 메인 음료는 전부 마셔본 셈이 되었기 때문에 약간 고민하다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생각도 나고 해서 로벨리아 칵테일을 주문했다.

 카페 안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안을 둘러보았지만 예의 그 점원은 보이지 않았는데, 지나가던 다른 스탶을 붙들고 이름도 모르는 그분의 행방을 손짓발짓 해가며 물어보자 안타깝게도 오늘은 출근하는 날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 일이 다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기껏 일본에 와서 아는 사람이 생겼는데 얼굴 한번 더 보려고 할 때마다 어긋나게 되니 괜히 침울해진 나는 칵테일을 다 마시고 난 뒤 그냥 카페를 나와 버렸다.

아 왜 난 맨날이래


 약간 시간은 있었지만 곧장 신주쿠로 향해 코인락커에서 짐가방을 꺼내들고 야간버스를 타러갔다. 오사카에서의 아찔한 기억도 생각났고, 또 그저 빨리 이곳을 뜨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날씨는 추운데 아직 시간이 되질 않아, 한참을 기다린 뒤 버스가 도착했고 서둘러 올라타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하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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