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HHch 제1회 공연「조난,」관람기 Day 1 (2012.11.10) 西原 久美子

 하네다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받는데 얼마전에 여권을 갱신해서 그런가 입국관리소 직원이 일본에는 처음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몇번째 와보는거냐고 물어보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하냐;
한 20번쯤-_- 와 봤다고 하는 것도 뭐해서 대충 얼버무리고 입국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입국수속이 끝나자 10시가 좀 넘어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나카무라, 타케야마 둘 모두 받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 호텔 가서 체크인이나 해둘까 하다가 따로 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두번 걸음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바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번 공연은 네리마에 있는 One's Studio 라는 극장에서 열리는데 위치가 좀 애매한지 MOHHch 블로그에 게재된 약도에는 각각 세 개의 역으로부터 찾아오는 길이 표기되어 있었다.(히가시나가사키, 에코다, 신에고타) 일본에 오기 전에 하이퍼다이아를 돌려봤는데 하네다 공항에서는 신에고타로 가는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그쪽이 되었다.


 케이큐 공항선을 타고 다이몬에서 토에이로 갈아타 신에고타로 향했다. 노선도를 보니 어째 빙 돌아가는 것 같지만.. 공항을 출발한지 거진 한시간이 지나서 신에고타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 밖으로 나오자 날씨는 무척 포근하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어서 살짝 덥기까지 했다. 타케야마가 요새 도쿄가 춥다며 옷을 두껍게 입고 오라는 말을 했었는데 두꺼운 옷이 없어서 그냥 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인가?

 일단 바로 One's Studio를 찾아갔다. 구글 스트리트 뷰가 있어서 찾아가는 건 아주 쉬웠다.
예전엔 일본 한번 올 때 마다 길 헤메느라 오만 고생을 다했었는데 늘 하는 얘기지만 진짜 세상 좋아졌다-_- 80년대 꿈꾸던 미래세계에서 날아다니는 자동차 빼고는 거진 다 나온 것 같으니..

 공연장 위치를 확인하고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남짓 되었는데 이제 갈 데가 없다.. 근처에 양판점이나 게임센터라도 있다면 거기서 시간을 때울 텐데 그나마 번화가인 에고타 역 근처로 가 보니 그런 건 업ㅂ고 파칭코만 보였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자고 와서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는데, 햇빛이 너무 세서 눈까지 아팠다. 공연은 아직 두시간이나 남아있었다.


One's Stduio 앞에서. 아직 아무도 없다.

에고타 역 부근을 배회중에.. 너무 힘이 들어서 편의점에 들어가 330ml 짜리 몬스터를 사먹었다.
 
화장실 찾다 발견한 공원


 결국 뭐하면서 시간 때웠는지는 써봤자 재미도 없으니 생략하고, 입장 30분 전인 12시쯤 One's Studio로 돌아오자 다른 관객들도 하나 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정도 사람이 모이고 대기열이 만들어지자 스탶이 한명 나와서 줄을 정리하고 티켓 접수를 시작했다.

 이번 공연인「조난,」은 니시하라 씨를 위시하여 전 극단 21세기 FOX 출신의 여배우 4명(니시하라 쿠미코ㆍ도도 아사코ㆍ 나가야마 사토코ㆍ마츠모토 타카코)이 결성한 유니트 MOHHch(모~챤넬이라고 읽음)의 기념비적인 첫번째 공연이었다.
2004년 폭스를 나오신 뒤 오카다 준코 씨 등과 함께 시작했던 Liddell Project가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총 3편의 공연 이후 차기작을 발표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뒤로 타 극단의 공연에 용병(?)으로서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았던 니시하라 씨가 모처럼 주축이 되어 재개한 기획에 나 역시 기대가 컸다.

 공연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줄 서 있는 사람이 몇 없었기에 티켓 수령은 금방 끝났고 입장 번호표 같은 걸 주지도 않았다. 다시 30분 쯤 기다린 뒤 드디어 입장을 시작하였다. 카페 안에서는 이번 공연에 출연하지 않는 도도 아사코 씨와 블랑샤의 나가시마 치사토 씨 등 친숙한 얼굴들이 관객들의 입장을 돕고 있었다.(도도 씨는 처음이지만)
 
 니시하라 씨의 공연을 보러다니면서 여러 소극장을 경험해보았지만 One's Studio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작다는 뜻이다-_-
SPACE 107나 TACCS1179 같은 곳들이 작기는 했어도 100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엄연한 극장의 모습이었던 것에 비해, One's Studio는 주택가의 카페에 딸려있는 이른바 부설 공연장 같은 느낌으로 정원이 채 50명이 될까 말까 한 초미니 극장이었다.
TACCS에서도 그랬지만 이쯤 되면 어디 앉으나 공연 관람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쇼니치(11월 8일) 때는 뭔가 트러블이 있었는지 개연이 늦어져서 블로그에 제작진의 사과문이 올라왔었는데 이날은 입장까지 별 일 없이 스무드하게 진행되었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공연 시작..  


다시 One's Studio로 돌아와서.. 화환이 여러개 있었지만 대부분 니시하라 씨에게 보내진 것들이었다.

티켓 접수 중.

내 표는 두장.. 11월 10일 14시, 11월 11일 12시 공연



 이번 공연은.. 정말 어둡고 무거웠다. 막이 오르자 마자 그 강렬한 오프닝으로 관객들에게 한방 먹인 뒤 마음을 추스릴 새도 없이 시종 하이텐션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극장만큼이나 비좁은 무대에서 뿜어져나오는 프레셔가 장난이 아니었다. 간간히 들어간 개그씬이 경직된 공기를 환기시켜 주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서 암전이 있을 때마다 뻣뻣해진 목을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니시하라 씨는 '이시하라(-_-)' 라는 이름의 교사 역을 맡으셨는데 공연 전 받은 팜플렛의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음침하기로 소문난 사회과 교사. 교무실에서도 사적인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타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기고 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얼핏 니시하라 씨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로 보이지만 2011년 '키쿠노죠 극단 살인사건' 의 미요시 유리코를 떠올려 보면 오히려 이런 역할이야 말로 니시하라 씨에게 적격이 아닐까. 실제로 극 초반 오프닝의 그 난리통 속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는 이시하라 선생의 모습에서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한번 입을 열자 의외로 말도 많고 몸으로 웃겨주는 니시하라 씨 본연의 모습도 보여주시지만^^;
 
 공연은 모호한 마무리로 끝을 맺는데 내게는 조금 난해한 무대이기도 했지만 결말을 통해 던지는 메세지는 막이 내린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소재들이나 19금적인 내용을 다루며 애초에 웃음에 중점을 둔 공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워낙 작은 극장이라 로비조차 없었기 때문에(사실 카페 자체도 테이블이 세개 정도 밖에 없었다-_-) 출연진들이 공연 후 다시 무대로 올라왔고 원하는 관객들은 남아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도 차례를 기다려 니시하라 씨에게 인사를 건넨 뒤 극장을 나왔다. 장소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여건상 짧은 인사밖에 나누지 못하지만.. 그 몇마디와 함께 보여주시는 웃음만으로도 내게는 힐링이며 행복이다.


화환 사진을 몇장 더.. 아오니 프로덕션 사장님이 보낸 화환.

'어뮤즈멘트 미디어 종합학원' 의 이사장으로부터.. 니시하라 씨는 이 학교의 '성우탤런트 학과' 의 강사로 재직중.

팬 일동이 보낸 꽃들도 보였다.

 
 에코다 역에서 이케부쿠로까지 가서 야마노테로 갈아타고 약속장소인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이때 시간이 5시 쯤 됐었는데 (당일치기보다)일정이 딱 하루가 늘어났을 뿐인데도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마음 든든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9월에는 이 시간에 공항으로 가고 있었으니까-_-

 약속장소인 JR 아키하바라역으로 나오자 타케야마와 이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 후 고향인 야마가타로 돌아갔던 이시이는 날 만나러 도쿄까지 와 주었다.
뭐 좀 볼 게 있다면서 소프맙에 가 있던 후나모토까지 합류해서 네명이 모였고, 주말인데 일하고 있던 나카무라에게는 퇴근이 좀 늦을 거라는 연락이 왔다.

 저녁 예약은 7시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남는게 시간이었고 우리는 나카무라도 기다릴 겸 게임센터를 순회하며 시간을 때웠다.
사실 이때부터는 먹고 논 게 전부라서 뭐 길게 쓸 말은 없고..


도쿄 레져랜드에서.. 타케야마와 아쿠아파자 대전 중인 이시이. 나도 한번 덤벼봤지만 시원하게 털림;

시간이 되어 찾아간 곳은 요도바시 카메라 8층에 있는 샤브샤브점 타지마야(但馬屋)

2394엔에(1인당) 90분간 양껏 먹을 수 있다.

고기 투입

나카무라가 도중에 합류했다.

마무리는 아이스크림으로.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마치고 요도바시카메라에서 윈도쇼핑(?) 을 좀 하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다시 게임센터를 돌기 시작했다. 이시이-타케야마에 나카무라가 가세하면서 아쿠아파자 대전은 불을 뿜었지만 일본을 떠나있던 동안 커맨드도 다 까먹은 나는 도저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아래층에서 UFO 캐처만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작별을 아쉬워 하는 나에게 나카무라와 이시이는 내일도 아키하바라에 올 것이라며 시간이 되면 그때 또 만나서 놀자고 한다. 11일 공연이 12시에 시작하니 끝나고 바로 아키하바라로 오면 시간은 충분했다. 1박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를 이 때 또 한번 느꼈는데 당일치기 여행 당시 집에 돌아갈 때의 상실감과 허무함이 어지간히 컸던 모양이다..-_-a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호텔이 있는 미나미센쥬로 향했다.
이제는 정겹기까지 한 아쿠세라를 찾아가 체크인을 마친 시간은 이미 11시 30분이 넘어서였다.
방에 들어와 대충 짐을 던져놓은 뒤 이불을 깔고 눕자 이날 하루의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두번 다시 이불 위에서 일어 날 수 없었다..o<-<
찾아보면 호텔 안에서도 할 일이 있었겠지만 성인방송이라던가 피곤함+귀찮음에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나라로 떠났다.
 

아쿠세라에서. 1인실은 4년만인데 여전히 좁았다..


덧글

  • 夜漢 2013/03/04 00:07 # 삭제 답글

    드디어!!! 일본은 역시나 당일치기로 갈 만 한 곳이 아닙니다. ^^
    마지막 사진의 샤워복 가방(?)은 정말 반갑네요. ㅋㅋ

    글 재밌게 보고 갑니다. 다음편도 To be continued... 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 JUANITO 2013/03/16 13:45 #

    역시 1박은 해야 어디 놀러간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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